空. 0. 不 – 양주혜 개인전

전시명    空 · 0 · 不  (양주혜 개인전)

전시장소   갤러리 인

전시기간   2000년 9월 15일~29일

주관       영암도기문화센터

전시설명

이번 전시에서 양주혜는 두 가지 개념을 보여주었다. 하나는 관객의 행위와 작가의 空∙0∙不 개념을 통합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空∙0∙不의 개념을 색과 음으로 상징하는 이중구조다. 작가는 예술에 있어 내용과 형식을 통합하는 것과 수적인 질서와 불경의 의미에 관심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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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적 질서와 듣기. 이번 전시에서 그녀는 플루트 소리와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의 7자리 숫자를 읽는 소리로 구성된 15분짜리 음을 세 부분으로 나눈 뒤 한꺼번에 겹쳐서 5분 분량으로 녹음하고 2분 30초의 독경을 2배로 늘려 5분으로 합성하여 만든 구성을 작품과 함께 체험하면서 듣게 만들었다. 7자로 기본을 구성하는 화엄경은 의상대사의 화엄일승법계도에서 210자를 이루어 관객의 걸음으로 210걸음에 해당하지만 한걸음이 45cm에 해당한다면 한 변이 90cm인 사각형이 이어져 형성하는 길을 모두 걷는 데는 약 5분이 걸린다. 따라서 관객이 걷는 시간과 듣는 시간은 5분 동안이며 그 동안 화엄일승법계도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행위와 보기. 관객은 작가가 의도한 대로 걷는 행위를 하며 불경의 의미를 한 글자씩 보면서 머리 속으로 그 의미를 새긴다. 또한 그것은 윤회를 상징하는 끝없는 길을 따라 오방색의 천 위에서 눈을 옮기며 색점들을 보는 행위이기도 하며 작가의 색점들은 소리-음에 대한 상징이다. 그것은 “궁극적인 내 소원은 내 그림을 가지고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것이다.”라고 작가가 말했던 것처럼 각각의 색깔에 음을 정해줌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난해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작업이지만 숫자와 독경을 들으며 걷고, 끝없는 선과 색점들을 따라 눈을 옮길 때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空∙0∙不 개념 속에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김미경_미술사학_2000.10. 월간미술)